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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3 읽음 2015-03-11 11:59:30

기차 체험의 모든 것, 섬진강기차마을

 한국일보

삐∼익 기적소리에 추억 새록… 차창 밖 섬진강은 이미 봄물결

전남 곡성 가는 길이 많이 빨라졌다. 순천완주고속도로 서남원IC에서 곡성군청까지는 15km 남짓, 구례로 이어지는 17번 국도도 왕복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렸다. 국도에서 읍내로 들어서는 1km 정도의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길이 기분 좋게 여행객을 맞는다. 인근 담양에 밀려 덜 알려졌지만 곡성의 첫인상으로 손색이 없다. 곡성이라고 하면 ‘곡 소리 아니냐’며 농담하는 이들이 많지만 한 고을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 리가 있겠는가? 전라도와 경상도를 구분하는 소백산맥과 전라남북도를 가르는 노령산맥 산줄기 사이 골짜기에 형성된 고을이 곡성(谷城)이다. 공장 굴뚝은 물론 읍내에도 그 흔한 고층 아파트 하나 없는 청정지역이다. 섬진강과 보성강을 따라 촉촉한 봄기운을 가장 먼저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 기차 체험의 모든 것, 섬진강기차마을

1999년 전라선 직선화 이후 폐선로를 이용해 레일바이크와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면서 섬진강기차마을은 곡성을 단 시간에 기차 체험 여행지로 바꿔놓았다.



삐~익! 영화에서나 듣던 기적소리가 2번 울리고 괴물 같이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서서히 움직인다. 그 뒤로 심청호 기차마을호 섬진강호 등 3량의 객차가 뒤따른다. 덜커덩덜커덩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구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10km 거리를 가는데 30분이 걸린다. 느려도 아주 느리다. 그만큼 풍경은 선명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역사를 빠져나가면 왼편으로 곧장 섬진강이다. 봄은 물빛에서 온다. 건너편 산자락 소나무를 빼면 사방이 갈색인데 초록인 듯, 파랑인 듯 섬진강 물빛은 철길과 나란히 흐른다. 침곡역을 지나면 열차는 강 풍경에 한걸음 더 다가선다. 강과 언덕 사이 좁은 경사에 자전거 길과 17번 국도, 철길이 나란한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그 옛날 완행열차보다 느릿느릿 30분이 걸려 종착역인 가정역에 닿는다.



역사와 연결된 현수교가 건너편 가정마을과 이어져 있다. 섬진강변 가정마을은 명산대천을 즐길만한 정자에 앉은 형상이라 이름 붙인 마을이다. 다리 위에서 보는 섬진강의 풍경이 시원하다. 다리를 지탱하는 쇠줄을 훑는 바람소리에 비릿한 봄 내음이 묻어있다. 발 아래서 끊임없이 재잘대는 물소리에서 피어 오르는 듯하다. 매서운 강바람에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지만 주민들은 이 다리를 ‘출렁다리’라고 부른다. 몇 해 전 홍수로 망가진 출렁다리의 이름을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 건널 때는 출렁다리로, 나올 때는 바로 옆 세월교를 이용한다. 마을로 드나드는 차량이 이용하는 낮은 시멘트 다리다. 증기열차는 가정역에서 30분을 머물고 되돌아간다. 물빛과 산빛 고운 강변 마을을 여유롭게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조금 촉박하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레일바이크가 있다.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증기열차가 운행하지 않은 시간을 이용한다. 약5km 편도구간이다. 돌아올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구 곡성역 섬진강기차마을에서도 짧게나마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약 500m, 기차마을의 절반을 돌아오는 코스다. 3월부터는 기차마을에 탈 거리가 하나 더 생긴다. 미국에서 들여온 꼬마열차다. 역 앞을 출발해 요술랜드와 동물원 장미공원 등 기차마을 전 구간을 한 바퀴 도는 약 2km 코스다. 1004종 3만 8,000그루의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이면 전국 최대 규모의 장미공원을 통과하는 꼬마열차 자체가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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